규슈여행 (4) 나가사키 / 오우라성당과 글로버가든

나가사키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짬뽕으로 유명한 곳이지 않을까 싶다. 이자까야를 가면 어느 곳이던지 나가사키짬뽕은 꼭 있고 그 이름의 라면도 출시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규슈 북쪽에서 가볼만한 곳 중에 손꼽는 곳이 나가사키다. 사세보와 나가사키를 묶어서 여행하는 패키지들도 많고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서양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곳이고 그런 문화가 일본의 문화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일본화한 서양문화가 곳곳에 발견 되는 곳이다. 처음에 일정을 계획할 땐 나가사키에서 하루를 묶고 싶었지만 마침 골든위크때라서 나가사키에 숙소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북규슈에서는 3일동안 후쿠오카에서 자고 관광지를 둘러보고 다시 후쿠오카로 향하는 일정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중엔 후쿠오카가 친숙해질 정도였다. 아무튼 짬뽕을 먹어보고자 향한 나가사키에서 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를 경험하고 북규슈에서는 나가사키를 개인적으로 관광으론 제일로 꼽고 싶다. 다음엔 옆동네인 사세보의 하우스텐보스도 가보고 싶지만 커플이어야만 하는 곳이어서 아쉽게도 언제 기회가 될지 기약할 수 없다...

그럼 나가사키 여행을 시작해보자.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로 향하는 특급이라는 호칭이 붙는 기차다. 신칸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특급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차를 타야 그래도 빠르다. 내 경우엔 기차패스를 사서 여행을 다녀서 예약하지 않는 자유석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고 꼭 예약해야하는 경우에만 예약을 해서 다녔다. 그래도 좌석이 모자랄거 같을 땐 미리 예약을 해서 다니는게 일정을 망가뜨리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인기 있는 열차가 아니면 충분히 좌석이 있어 패스가 있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차마다 이름이 있고 다양한 컨셉과 색깔이 있어 내가 타는 기차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여행의 한 재미일 듯 싶다. 일본에서 기차 여행을 할 때 각 지역마다 다른 컨셉의 기차가 운행되는게 신기했다. 한 회사에 소속된 기차들이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운행되고 특색이 있는 기차는 예약을 반드시 해야 탈 수 있었다. 앞으로 그런 기차들이 나올 때마다 내가 느낀 재미를 같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나가사키역은 제법 큰 역이다. 역사안에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지만 난 쇼핑과 거리가 머니까 바로 나와서 미리 검색해둔 목적지를 향했다. 다만 그 도시에서 사용되는 여러 패스등은 역에 있는 안내센터에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꼭 들러서 지도와 패스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남쪽임을 알 수 있는 야자수. 

나가사키는 노선열차가 운행되고 있는데 마치 지하철처럼 여러 노선이 있고 그에 따른 행선지가 다르기 때문에 어디서 내리고 갈아타고 하는 정보들을 미리 알아두면 편하다. 

노선열차도 오래된 노선과 새로운 노선의 열차가 다르다. 새로운 노선일 경우는 아래와 같이 새열차가 다니고 오래된 열차는 위에 있는 것처럼 옛날 분위기가 난다. 

요금은 셀프이기 때문에 아래 기계를 이용해 돈을 내면된다. 돈을 바꿔주는 장치가 같이 있기 때문에 미리 돈을 바꿔서 해당 구간에 맞는 돈을 내면 된다. 다만 하루 패스를 사용할 경우에 패스를 차장에게 보여주면 된다. 

나가사키의 관광 필수 코스인 '구라바엔' 글로버가든을 가려면 이 성당을 거쳐야 한다. 오우라 성당이라고 나가사키에서 제일 오래된 성당으로 지금은 유적지가 되어 돈을 내고 구경을 해야 하는 곳이다. 나름 천주교 신자였던 적이 있어서 성당은 친근하게 느껴지는 터라 별 거부감없이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길에 볼 수 있었던 동상들이다. 이 곳이 종교 시설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동상들이다. 

성당 입구에 마리아상이 놓여져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 마리아상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성당 안은 고풍스런 스타일로 스테인글라스들이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곳곳에 있는 고해성사하는 곳과 가구들은 예전 모습 그대로 오래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예배당을 나와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별관 같은 곳에서 어느 신부님이 그린 지옥도(?)같은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가볍게 성당을 둘러보고 글로버가든으로 향했다. 

글로버가든의 입구는 생각보다 초라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니만큼 좀 더 이쁘게 만들어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입장료는 생각보다 비싸다. 일본은 유적지의 입장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어딜가나 어느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다. 그 입장료로 시설을 잘 유지해서 더욱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는 듯 하다. 우리나라도 중요한 관광지는 입장료를 제대로 받는 게 관광객들이 그 유적지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첫번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서 보는 나가사키 전경이다. 

이곳이 글로버가든 매표소이다. 이 곳 부터 서양식 건물의 느낌과 복장으로 관광객을 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글로버가든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게 된다. 

글로버 가든은 글로버라는 이름을 가진 공작과 그의 친구들 및 가족들이 살았던 건물들을 잘 보존해서 관광지로 개발한 곳이다. 우리에게도 조금은 익숙한 근대화 시기의 서양식 건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물론 글로버공작의 집이 제일 크고 좋은 정원을 가지고 있다. 한집 한집 둘러보고 정원들도 꼼꼼히 보다보면 제법 시간이 걸리는 코스다. 

중간에 예전 서양복식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커플들에겐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의 구조물들은 건물들과 위화감 없이 공간을 장식하고 있었다. 

화장실조차 분위기가 있다. 

이 곳이 가장 위에 있는 건물로 집무실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안에 들어가서 둘러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건물 앞에는 연못이 있어 잉어가 노닐고 있다. 일본에는 관상용 잉어가 여기 저기 많이 키워지는 듯 하다. 정말 큰 잉어들도 간혹 보인다. 

건물 2층에서 보이는 전경이다. 나가사키에서 전망이 제일 좋은 곳인 것 같다. 

글로버 공작의 집인데 꽤 넒다. 여기저기 다양한 전시물들이 놓여있다. 

서양식 정원이 일품이었다.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는 정원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나가사키와 관련된 여러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래와 같은 인형과 당시의 모습들 그리고 배 모형들이 섬세한 구석까지 잘 살려서 만들어져 있었다. 

실내에는 응접실이나 식당들도 그 당시 사용했던 물품들과 모형들로 장식해 그 시대로 돌아간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건물안에 있는 실내 정원도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이분이 글로버공작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개화기에 전망 좋은 높은 곳에 건물을 짓고 일본인들을 내려보는 듯한 이미지일텐데 이를 그대로 남겨 관광 상품으로 만들고 그 시대를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우리나라는 개화기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일본의 흔적도 별로 남아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근대사는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고 역사 교과서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일본도 일본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어서 문제지만 우리나라도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점차 사라져 간다는게 아쉽다. 역사가 정치와 별개일 수는 없기 때문에 힘을 가진자가 원하는대로 기술을 하기 마련이지만 스스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다양한 장치가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버가든의 출구는 일본의 전통놀이 전시관과 이어져있다. 배모양의 가마를 지고 싸우는 듯한 전통놀이인 것 같은데 여러 배모양의 가마가 전시되어 있고 놀이에 사용되는 도구들도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스크린으로 보여지고 있다. 어떤 의미일지 조금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일본의 개화기와 전통을 골고루 느껴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관광상품으로 카스테라같은 케잌 종류들과 초코렛등을 팔고 있었고 앞에서 본 배모형들도 같이 팔고 있었다. 저 배모형은 나가사키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다.